바야흐로 2011년, 지난 2007년에 4-1학기까지 다니고 휴학을 했으니까 그 이후로 무려 4년만의 숭실이다. 누군가 휴학을 하지 않고 대학을 다녔다면 대학을 두 번이나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긴 시간 동안 난 아직도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고 있다. 취업과 복학의 갈림길에서 학교를 택했고 오랜만에 찾은 교정은 내게 어색함과 떨떠름함 그 자체다.
대학에 처음 들어왔던 2004년에 비해 참 많은 것이 변했다. 내 또래의 복학생이 아니면 잘 기억 못할 인문관이나 웨스트민스터홀과 같은 건물이 사라졌고, 새로운 건물들이 그 공간들을 채우고 있다. 학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도 없이 인사하던 친구, 선후배들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숭실의 2011년 봄에 나는 영미명시 과목을 선택했다. 시골촌놈이 서울로 상경해서 대학생이 되었던 7년전 이 맘 때, 영시를 해석하며 내 삶을 돌아보던 그 날들은 수험생활에만 억눌려있던 내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편안한 쉼이었다.
강의에 대한 부담 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묘하게도 첫 과제의 감상 시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메아리 치는 녹색들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노인들이 함께 모여 앉아 지난 날을 회상하는 시 속의 그 모습이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와 지금보다 좀 더 순수하고 열정에 가득 찼던 옛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 목소리로 껄껄 웃으며 ‘바로 저런 기쁨들 있었지’라고 되뇌는 모습, 현실 속에서 학교, 그리고 직장의 동료들과 가끔 만나 웃으며 하곤 하는 바로 나의 말이기도 하다.
몇 년 간 사회를 겪고 조직을 겪은 나는 7년전의 나만큼 문학적 감성도 글빨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시들이 참 반갑고 교정이 반갑고 오래간만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반갑다. 내 안의 나를 끌어낼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 되길 기대해본다.
-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메아리 치는 녹색들판'을 읽고, 11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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