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주동아. 형이야. 네가 훈련소로 입소한지 오늘로서 일주일이 되는구나. 어때? 이제 그곳 생활은 좀 익숙해졌니? 형이 훈련소 있을 때 네가 위문편지 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훈련소 사진과 주소는 형이 미니홈피에 올릴게. 어제 신교대 카페에서 한참동안 네 사진을 찾았다. 안경 쓰고 있을 줄 알고 이리저리 찾았는데 보이지 않길래 “이 녀석 어디 갔지?”하고 걱정했는데 8생활관 사진의 오른쪽 끝에 네 모습이 보이더라. 다소 인상 쓰고 있는 네 모습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밥 잘 먹고 동기들과도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단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들이 시작되겠구나. 경험치 못해본 것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너무 염려 마. 너에 비해 강도는 약했겠지만, 형 역시 겪어낸 일이고 심신이 건강한 남자라면 다 해내고 나오는 일이니까. 그리고 약 한달 후면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생활할 수 있잖니. 더 힘들고 고된 곳에 가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힘내자 동생아.
형은 삼성 블로그 지원한 것 붙어서 이제 그것도 활동하게 되었어. 네가 없는 서울, 그리고 집이 허전하네. 어서 시간이 흘러서 서울에서 함께 생활할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구나. 엄마, 아빠는 모자리 하려고 열심히 일하고 계셔. 이번 주 주말에 잠시 내려가서 두 분 도와드리고 올 계획이야. 그러고 보니 생일을 그곳에서 맞이하게 되겠구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훈련소에서 생일을 맞는 훈련병들을 챙겨주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퇴소하면 엄마아빠랑 맛있는 거 먹으면서 꼭 생일 챙겨줄게:)
그곳에서 교회는 잘 나가고 있니? 생각보다 주말엔 시간이 많아서 종교생활 하기에 좋을 거야. 부끄럽지만 형도 훈련소 있을 때 교회 나가서 예배드리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있으니까 눈물이 나더라. 왜 그렇게 북받쳐 오르던지. 그저 건강하고, 가족이 있고, 행운이 따름에 감사하게 되더라. 지금의 너 역시 그때의 내 맘과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아마도 퇴소할 때쯤이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되도록 하루하루를 조금이라도 기록해봐. 여러 훈련들로 심신이 지치겠지만, 지금 남겨놓는 기록들이 나중엔 너를 힘내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거야. 내 동생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똑똑하니까 훈련소 생활 누구보다도 잘 해내리라 믿는다. 훈련 힘들 때 마다 엄마, 아빠, 그리고 형 생각하고 너의 소중한 친구들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멋지게 펼쳐질 너의 인생길을 기대해보렴. 어느새 시간을 훌쩍훌쩍 지나 갈 거야. 점호, 배식, 환복, 불침번 등등 낯선 부분들이 많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될 거야. 어제 엄마랑 통화했는데, 아빠는 거기서 밥 잘 먹고 훈련 잘 받고 나오라고 하셨고, 엄마는 그곳에서의 시간, 사람들도 소중한 것이니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나오라고 하셨어. 힘들겠지만 감사하는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
뻔한 말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면 되는 거야. 현재에 감사하자 동생아. 다치는 것 조심하고 감기도 조심해.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너무 빼지도 말고, 분위기를 잘 봐서 행동하면 금새 시간은 흘러 갈 거야. 조만간 또 인터넷 편지 쓰고 일반편지도 부칠게. 전화 시간 주면 꼭 전화하고. 지금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지나가며, 언젠가는 이 시절들을 소주 한잔에 추억할 수 있는 날들이 올거야. 내 동생 다시 한 번 파이팅이다! 형이 기도로 널 응원하고 있을게:)
'긁적긁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찾은 용봉정 근린공원 :) (0) | 2011.03.17 |
---|---|
등록금, 누군가에게는 전부일 수 있다 (0) | 2011.01.25 |
노을에 감싸인 숭실 :) (0) | 2010.04.11 |
과거반성? 미래생각? (0) | 2010.03.08 |
붉은 어스름의 한강..그리고 추억 - (0) | 2008.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