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자역사기행] 조선 관리가 되어 감영을 누벼 보자, 원주 강원감영 방문기

지난 7월, 고향인 영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길에 원주에 들렀다. 지난해 봄에 동생에게 정수기 전달 차 잠시 들렀던 원주, 이번에는 아이들과의 역사여행자 들렀다. 이번에는 아내 없이 정말 삼부자로~^^

 

강원도 원주 도심에 자리한 원주 감영은 조선시대 강원도 전체를 관할하던 행정 중심지였던 곳이다. 오늘날로 치면 도청 역할을 하던 곳일 텐데, 아직 어린 녀석들에게는 어려운 설명이어서 "백성들을 다스리는 높은 장군 같은 분이 일을 하던 곳" 정도로 소개했는데 그나마 이해하는 것 같았다 :)

<강원감영>은 복원과 정비를 통해 당시의 중심 건물과 마당, 동선이 잘 살아 있어 눈으로 보고 몸으로 걸으며 조선의 행정과 일상을 상상하기 좋은 현장 학습지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원주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접근성도 참 좋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는 지나치게 어려운 연표나 개념 대신, 공간 자체가 이야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역사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래의 방문 추천 이유들을 남겨 본다. 

 

2. 디지털로 배우는 강원감영의 역사

 

요즘 박물관이나 유적지들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디지털을 통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참 잘 갖춰져있다. 원주 강원감영 역시 예외가 아닌데 별도로 마련된 소개실에 가면 조선 사람들의 사연을 선택하여 감영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살펴볼 수도 있고, 파노라마형 스크린을 활용한 소개 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물론 우리 아이들 역시 흥미롭게 보았다. 

 

1. 조선시대 행정의 실물을 눈앞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원주 감영은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선화당과 생활공간인 내아, 외부 손님을 맞던 건물과 출입시설 등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 ‘감영’이라는 단어만 보면 막연하지만, 현장에서는 “여기가 관찰사가 일하던 곳이다”, “저곳은 손님을 맞던 마당이다”처럼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이해가 쉬워진다.

 

초등 저학년은 추상적인 제도보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통해 배우는데, 감영의 공간 배치는 역할과 기능이 명확해 학습에 적합하다. 실제 건물의 규모와 기둥, 처마, 마루의 높낮이를 보고 걸으며 “왜 중심 건물은 더 크고 앞에 있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는 점도 교육적이다.

3. 어린이 체험과 놀이 요소로 ‘즐거운 역사’ 만들기

원주 감영 탐방은 단순히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안내판을 활용해 스탬프 투어처럼 동선을 설계하거나, 가족이 역할극을 하듯 “관찰사”, “사령”, “사신” 같은 캐릭터를 정해 대사를 주고받으면 역사 놀이가 된다. 마루에 앉아 “여기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오늘의 업무를 보고하라” 같은 상황극을 해보면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 속으로 들어간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감영에서 하루를 보낸 상상의 일기를 써보게 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는 지붕의 곡선이나 문살무늬를 스케치하게 하면 관찰과 기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체험 활동지가 없다면 부모가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현판 글자 수 세기”, “기둥 재료 추측하기”, “가장 높은 마루 찾기” 같은 과제를 주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역사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우리 형제는 영주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나무칼을 들고 조선의 장군이 되어 감영을 누볐다. 

4. 저비용·고효율의 가족 역사 교육 장소

원주 감영은 별도로 이용료가 들지 않늗. 개방된 마당과 시원한 마루 덕분에 사계절로 방문하기 좋다. 아이가 걷고 쉬고 다시 관람하는 리듬을 만들기 쉬워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부모가 해설자가 되어 아이와 대화하며 배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다.

 

 

박물관처럼 방대한 텍스트를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공간이 아니라, 눈앞의 구조와 동선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사진을 찍어 집에서 다시 복습하기에도 좋고, 학교 수행평가나 체험학습 보고서 주제로 발전시키기에도 알맞다.

원주 감영은 “조선 시대의 도청”이라는 간단한 키워드로 시작해, 공간의 쓰임과 동선을 통해 공공의 질서와 역할을 배우게 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 같은 공간이 아닐까 한다. 서울에서 가깝 <원주 도래미 시장>과도 바로 인접해 있어 원주를 두루 관람하기에도 좋다. 역사에 관심 많은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다면 한 번쯤 꼭 방문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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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강원감영